회사 돈을 잠시 빌려 쓴 것뿐인데, 업무상 횡령죄가 될까?
"다음 달 월급 받으면 바로 채워 넣으려고 했어요."
업무상 횡령 사건으로 상담을 받으러 오시는 분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말씀입니다. 회사 자금을 관리하다 보면 급한 사정으로 잠시 융통했다가 갚으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법은 '갚을 생각이 있었는지'보다 '회사 돈을 내 것처럼 썼는지'를 먼저 봅니다.
1. 업무상 횡령죄란?
업무상 횡령죄는 회사나 타인의 재물을 업무상 맡아 보관하는 사람이 그 재물을 자기 마음대로 쓰거나 돌려주지 않을 때 성립합니다 ( 형법 제356조).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단순 횡령보다 무겁게 처벌됩니다.
경리 · 회계 담당자, 매장 관리자, 영업사원처럼 회사 자금이나 물품을 다루는 위치에 있다면 누구든 해당될 수 있고, 대표이사라도 회사 자금을 개인 용도로 쓰면 예외가 아닙니다.
2. ‘잠시 빌려 쓴 것’도 횡령이 될까?
횡령죄가 성립하려면 ‘불법영득의사’ , 즉 남의 재물을 자기 것처럼 처분하려는 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빌린 것일 뿐 가질 생각은 없었다” 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회사의 승인 없이 자금을 개인 채무 변제, 생활비, 투자 등에 사용했다면 나중에 갚을 생각이 있었더라도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 돈을 개인 용도로 꺼내 쓰는 순간 이미 ‘내 것 처럼 처분한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반면 회사를 위한 목적으로 자금을 사용했거나, 내부 규정 · 관행에 따라 정당하게 처리된 가지급금이라면 횡령이 부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결국 자금의 사용 목적과 회사 내부 절차를 거쳤는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3. 돈을 다 갚으면 처벌받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횡령죄는 돈을 개인 용도로 쓴 시점에 이미 성립합니다.
이후에 전액을 갚더라도 범죄가 없던 일이 되지는 않습니다.
또한 업무상 횡령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반의사불벌죄)가 아니기 때문에, 회사와 합의하더라도 수사와 재판은 그대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다만 피해 회복 여부와 합의는 처벌 수위를 정할 때 매우 중요하게 반영됩니다.
수사 초기에 피해 금액을 정확히 확인하고 변제와 합의를 진행했는지에 따라 기소유예, 벌금, 집행유예 등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4. 피해 금액이 크면 특경법이 적용됩니다.
횡령으로 얻은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이면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이 적용되어 처벌이 크게 무거워집니다.
▶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 3년 이상의 유기징역
▶ 50억 원 이상: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한 번에 큰 금액이 아니더라도, 장기간 여러 차례에 걸쳐 쌓인 금액이 합산되어 특경법 적용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5. 횡령 의혹을 받고 있다면 이렇게 대응하세요
첫째, 자금 사용 내역을 먼저 정리해야 합니다. 어떤 돈을 언제, 어디에 썼는지 확인해야 회사를 위해 쓴 부분과 개인적으로 쓴 부분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둘째, 회사 측이 주장하는 피해 금액이 정확한지 따져봐야 합니다. 실제보다 부풀려진 금액이 그대로 인정되면 특경법 적용 여부와 처벌 수위가 달라집니다.
셋째, 조사 전에 진술 방향을 정리해야 합니다. 당황한 상태에서 사실과 다르게 인정하거나 앞뒤가 맞지 않는 진술을 하면 이후 바로잡기 어렵습니다.
업무상 횡령 사건은 "갚으면 끝난다"는 생각으로 대응을 미루다가 상황이 더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범죄 성립 여부부터 피해 금액, 합의 방향까지 초기 대응이 결과를 좌우하는 만큼, 혐의를 받고 있다면 조사 전에 형사 전문 변호사와 상의해 보시길 권합니다.